작가 소개
만약 그림이 음악이라면, 나는 콧노래 흥얼거리듯 그림을 그리고 싶다. 세상의 커다란 리듬은 우리를 둘러싼 작은 움직임으로 만들어진다. 나는 자유롭게 여행하는 새의 시선을 빌려 풍경의 리듬과 결 그리고 공기의 움직임을 파란색 선으로 드로잉한다. 복잡한 인생을 단순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세상을 단순한 형태로 해석하고 있다. 제주를 여행하면서 수집한 편안한 색깔로 납작한 풍경을 그려낸다. 동양화를 기반으로 회화 작업과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고 있다.
작가 노트
나의 작업은 일곱 번의 제주 여행에서 시작한다. 대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 곳이 제주도였다. 제주도는 학생이었던 내가 비행기를 타고 여행 기분을 실컷 느끼면서 서울에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제주 여행을 하면서 하늘이 그렇게 넓은지, 바다가 그렇게 푸른지, 까만 돌 색깔이 그렇게 예쁠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주로 뚜벅이 여행을 다니면서 주변 풍경을 눈에 담았고, 이때 수집한 자연의 색깔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을 보면서 느꼈던 풍경 속의 리듬과 결 그리고 공기의 움직임을 그림으로 옮기고 있다.
나는 커다랗고 힘이 센 자연을 바라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경외감을 동시에 느낀다. 살아가기 위한 사소한 고민은 잠시 잊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한다. 나는 매우 조그만 존재라는 것을 느끼며 오히려 안도한다. 자연스럽게 있는 것들-바다와 산, 물과 바람은 세상을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오만을 깨부수며 때론 그냥 흘려보내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는 여유를 알려준다. 해가 질 무렵, 나를 둘러싼 공간을 물들이는 노을의 색은 나의 머릿속에 생각할 틈을 열어준다. 노란색 하늘을 바라보며 내 마음도 아름다운 색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결이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나의 그림에서 나무와 산 그리고 바다는 곡선과 직선으로 단순화되어 저마다의 리듬을 드러낸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속도와 움직임으로 흔들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풍경 속에 그려내는 단단하고 유연한 리듬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전달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