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새계
구본철 이나영 정다은 | 기획 전하루
​2023.01.30. (Mon) - 2023.02.11. (Sat) 10:00-18:00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예술복합연구동(74동) 2층 우석갤러리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후원
​​​​​​​기획의 글
​  새는 난다. 몸 만한 날개를 펼치고 새파란 하늘을 가로지른다. 한계가 없어 보이는 그 기상은 어느새 동경의 대상이 되고, 바라보는 이에게 이카루스라도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다니는 순간을 상상해 보게 한다. 새는 추락한다. 날갯짓을 멈춘 뒤 바람을 타고 내려오기도, 땅으로 급하게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새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새에게는 상승도 하강도 당연한 일이 된다. 영원한 상승도, 영원한 하강도 없다.​
  세 작가의 작업에서는 공통적으로 새가 등장한다. 그리고 전시의 제목 <새새계>는 새 세계(bird world)이자 세 세계(three world)이며 새 세계(new world)의 의미를 내포한다. 새들의 세계, 세 개의 세계, 새로운 세계... 그렇다면 새들은 어떤 세계를 향해 날아 오르거나 낙하하고 있는 것일까. 현대물리학에 따르면 과거, 현재, 미래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우주에는 유일한 절대적 시간이 존재하지 않고,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며, 규칙성을 가지고 일정하게 흐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즉, 우주에는 시간이 없다. 우주는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적인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세 작가의 작업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마치 우주를 부유하는 행성들의 한 순간을 포착한 듯 방향성을 취하지만 시점을 특정할 수 없이 동시에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게 세 개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하늘을 향해 유유히 날아다니는 정다은의 새는 미래, 체인에 매달려 땅을 향해 몸을 맡긴 이나영의 새는 과거, 그리고 구본철이 주목하는 새의 감각은 현재적 관점을 취한다.
정다은의 새는 작가 본인이자 지향하는 자유로움을 대변하는 존재이다. 방문했던 공간을 재해석하여 그려낸 장면들은 한 세계의 다른 풍경이 된다. 작가는 자신이 삶을 살아온 방식들을 이미지로 바꿔 작업에 투영하고, 이상적인 세계를 향유하는 새의 모습과 그의 시점에서 본 정경이 나타난다.
이나영은 신화 속 모티브를 통해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의 관계를 관망한다. 과거 신성한 숭배의 대상들은 현세의 고깃덩어리로 전락해버렸고, 작가는 그 사이에서 발생한 이미지와 실제의 간극에 주목했다. 그럼에도 시대 불문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을 새와 유사한 프사이(Ψ, psi) 형상에 담아냈는데, 작업에서 목격되는 겹치거나 포개는 행위들은 이해와 존중이 없는 세계 속 연약하고 불쌍한 생명체를 연민하는 마음에서 기인한다.
구본철은 새가 되어 날고 싶은 인간의 소망을 비행 감각으로 치환한다. ‘새가 되어 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 되고, 날기 소망하는 인간은 은연 중에 마주하는 비행 감각을 하나씩 일깨우며 새가 되어간다. 현실의 장벽 앞에 하늘을 우러러 보아야 하지만 인간은 그럼에도 비행의 꿈을 꾼다.
  새는 때론 작가 자신으로, 자연물을 대표하는 하나의 형상으로, 하늘과 땅의 중간자로 인간과 그 인식의 틈새를 비집고 날아든다. 그리고 전시 <새새계>는 세계를 인식하는 세 작가의 관점과 그 차이에 주목한다. 우리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동시에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을 새/세 세계를 통해 현실세계를 인지하는 역-인지적 전환을 시도하고자 한다.
전하루 (artxhar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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